2022. 10. 21. 17:03ㆍ漢詩를 맛보다
賊退示官吏 / 元結
昔歲逢太平
山林二十年
泉源在庭戶
洞壑當門前
井稅有常期
日晏猶得眠
忽然遭時變
數歲親戎旃
今來典斯郡
山夷又紛然
城小賊不屠
人貧傷可憐
是以陷鄰境
此州獨見全
使臣將王命
豈不如賊焉
令彼征斂者
迫之如火煎
誰能絶人命
以作時世賢
思欲委符節
引竿自刺船
將家就魚麥
歸老江湖邊.
적들이 물러간 뒤 관리에게 보인다
지난 날 태평시절엔
산림 속에서 스무 해를 보냈지요
샘은 뜨락에 있었고
깊은 계곡도 문 앞에 있었으며
세금에도 정해진 기한이 있어
해가 높이 솟아도
잠잘 수 있었답니다
갑자기 시절이 변해
수 년 동안 兵亂을 겪다
지금 이 고을을 맡게 되었는데
산적들이 또 어지러이 일어났습니다
마을이 작아 도적들조차 해치지 아니하니
가난하고 상처입은 백성들이 가련해서랍니다
이에 이웃 지역은 함락됐지만
이 고을만은 홀로 온전했습니다
사신들은 왕명을 받들고 왔으면서
어찌 도적보다 못한 것인지
지금 저 세금 거두는 관리들
백성들 핍박하길 불에 볶듯 하니
누가 사람 목숨 해치고
시대의 현인인들 될 수 있겠습니까
생각 같아선 부절 버리고
상앗대 가지고 홀로 배를 저어
가족과 함께 곡식과 해산물 풍성한 곳으로
물가에서 만년을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元結 : 719~772. 자(字)는 차산(次山), 호는 만수(漫叟)로 노산인(魯山人)이다. 현종(玄宗) 천보(天寶) 12년(753) 진사가 되었다. 안사(安史)의 난에 탁월한 전공을 세웠으며 저서로 《元次山集(원차산집)》이 있다.
원결은 道州刺史를 맡은 지 2년째 되는 해, 그의 나이 42세(764) 때 이 시를 썼다.
그가 다스리던 道州가 西原蠻族들의 소요로 인해 어지러웠는데, 이듬해 조정에서는 세금 거두는 관리를 보내어 가혹하게 세금을 징수하였다.
원결은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고 잘 보살피는 관리를 염원하였으므로 이 시를 지어 그들에게 보인 것이다.
시는 태평시대의 기억, 뒤이은 변란, 그리고 도적들만도 못한 관리들의 모습, 마지막으로 시대에 분노하는 시인의 모습을 차례로 서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