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4. 17:23ㆍ漢詩를 맛보다
長干行 / 李白
(其一)
妾髮初覆額,折花門前劇∘
郎騎竹馬來,繞床弄靑梅∘
同居長干裡,兩小無嫌猜∘
十四爲君婦,羞顔未嘗開∘
低頭向暗壁,千喚不一回∘
十五始展眉,願同塵與灰∘
常存抱柱信,豈上望夫臺!
十六君遠行,瞿塘灩預堆∘
五月不可觸,猿鳴天上哀∘
門前遲行跡,一一生綠苔∘
苔深不能掃,落葉秋風早∘
八月蝴蝶來,雙飛西園草∘
感此傷妾心,坐愁紅顔老∘
早晩下三巴,預將書報家∘
相迎不道遠,直至長風沙∘
내 머리가 처음 이마를 덮던 때 꽃을 꺾으며 문 앞에서 놀았고
신랑은 죽마를 타고 와서 상을 돌며 푸는 매실로 장난을 쳤네
함께 장간리에서 자라 둘은 어려서부터 허물이 없었네
열네 살에 당신의 아내가 되어 부끄러워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였네
고개 숙이고 가만히 벽을 향해 앉아 천 만 번을 불러도 한 번도 돌아보지 못하였네
열 다섯 살에 비로소 당신을 쳐다보고 티끌이 되도록 같이 살자 하였네
생각이나 하였으리 망부대에 오를 줄이야
열여섯엔 당신이 멀리 떠나 구당의 염여퇴(灩澦堆)로 갔었네
오월엔 풍파가 세어 접근도 못한다는 데 하늘 위에서 잔나비가 운다는 데
문앞에 묵은 발자취는 하나하나 푸른 이끼가 끼네
이끼는 두꺼워 비질 할 수 없고 어느 덧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네
팔월에는 나비가 찾아와서 쌍쌍히 서원 풀위에 날아 다니네
이건 것들이 내 마을을 상케 하며 처량히 앉아 홍안이 늙어가네
고대 삼파로 내려가리 미리 집으로 편지나 전해 주오
마중 길 멀다 하지 않고 곧장 바로 장풍사(長風沙)로 달려가리라.
제가 머리카락이 이마를 갓 덮었을 어린 시절에 문 앞에서 꽃을 꺾어 놀이를 하였지요. 그대는 죽마(竹馬)를 타고 우물 난간을 빙빙 돌면서 손에 푸른 매실을 가지고 놀렸습니다.
우리는 장간리에서 함께 살았는데, 어릴 적엔 서로가 시기하고 미워한 적 없었답니다.
열네 살이 되던 그 해, 저는 그대의 아내가 되었지요. 부끄러움 때문에 크게 웃어 본 적 없고, 고개만 떨구고 구석 쳐다보며 그대가 천 번을 불러도 대답 한 번 못했어요.
열다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환한 얼굴로 먼지와 재가 될 때까지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랐습니다. 저에게는 尾生과 같은 믿음이 있었는데, 망부대로 올라가는 처지가 될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열여섯이 되던 그해 그대는 집을 떠나 멀리 가셨습니다. (그토록 위험하다는) 구당협 염여퇴로 가셨을지도 모르는데, 그곳은 5월에 물이 많이 불어나 암초가 보이지 않으니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깎아지른 암벽 위에서는 슬프고 애처로운 원숭이 울음소리가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곳이랍니다.
문 앞의 오래된 발자취 하나하나에 푸른 이끼가 가득합니다. 푸른 이끼가 너무 많아 다 쓸어내지도 못했는데, 그 위에 낙엽까지 떨어집니다. 금년의 가을바람은 참 빨리도 왔네요. 팔월에 나비가 날아들어 서쪽 정원의 풀 밭 위를 쌍쌍이 날아다니네요. 이러한 정경을 보니 제 마음은 슬픔에 젖어 근심으로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 늙어갑니다.
어느 때나 당신은 삼파(三巴)의 여정에서 돌아오실 런지요. 미리 서신이라도 보내주신다면, 저는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당신을 맞으러 갈 것입니다. 장풍사(長風沙)까지 간다하더라도 조금도 힘들지 않을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