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31. 13:31ㆍ漢詩를 맛보다
滕王閣序 / 王勃
왕발은 명문가 출신으로 재능이 뛰어나 성년이 되기도 전에 벼슬을 하였지만 일찍 관직에서 물러나 도처를 유랑했다. 당 고종(高宗) 때인 676년 중양절에 홍주도독 염공(閻公)이 등왕각에서 주연을 열고 손님들을 청했는데 마침 왕발이 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에 이 연회에 참석하여 즉석에서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남창(南昌)은 고군(故郡)이요 홍도(洪都)는 신부(新府)라
성분익진(星分翼軫)하고 지접형려(地接衡廬)하며 금삼강이대오호(襟三江而帶五湖)하고 공만형이인구월(控蠻荊而引甌越)이라 물화(物華)는 천보(天寶)라
용광(龍光)이 사두우지허(射斗牛之墟)하고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서유(徐孺)이 하진번지탑(下陳蕃之榻)이라 웅주무열(雄州霧列)하고 준채성치(俊彩星馳)라
대황(臺隍)은 침이하지교(枕夷夏之交)하고 빈주(賓主)는 진동남지미(盡東南之美)라
도독염공지아망(都督閻公之雅望)은 계극요임(棨戟遙臨)하고 우문신주지의범(宇文新州之懿範)은 첨유잠주(襜帷暫駐)로다 십순휴가(十旬休暇)하니 승우여운(勝友如雲)이요
천리봉영(千里逢迎)하니 고붕(高朋)이 만좌(滿座)라 등교기봉(登蛟起鳳)은 맹학사지조종(孟學士之詞宗)이요 자전청상(紫電淸霜)은 왕장군지무고(王將軍之武庫)라
옛날 남창군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홍도부가 되었네
별자리로는 익과 진에 해당하며 지리적으로는 형산과 여산에 접해 있고 세 강이 옷깃처럼 두르고 있고 다섯 호수는 띠 같으며 만형을 억누르는 데다가 구월을 끌어당기고 만물의 정화가 하늘이 내려준 보배이니
용천검의 검광이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아서 인재는 뛰어나고 땅은 신령스러우니
태수 진번이 서유에게 평상을 내려 접대한 곳,웅장한 고을들이 안개처럼 널려 있고 걸출한 인물들이 별과도 같이 질주하네.
누대와 해자는 여러 오랑캐 나라와 중국 사이에 임해 있고 손님과 주인들은 모두 동방과 남방의 훌륭한 인물들이네
도독인 염공은 고상하기로 이름 난 분으로 의장기를 휘날리며 멀리로부터 부임해 오셨고
새로 부임해 가는 우문공은 귀감으로 삼을 만한 인물로 수레의 휘장을 걷고 잠시 멈추었다네
십순의 휴가여서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천리 길의 사람도 맞아들이니 고명한 인사들로 좌석이 가득하고. 솟아오르는 교룡 같고 나는 봉황 같은 맹학사는 문장의 대가이고 자줏빛 우레 같고 차가운 서릿발 같은 왕장군은 무술의 명장이다.
가군(家君)이 작재(作宰)하니 노출명구(路出名區)라 동자(童子)이 하지(何知)오 궁봉승전(躬逢勝餞)이라
시유구월(時維九月)이요 서속삼추(序屬三秋)라 요수진이한담청(료水盡而寒潭淸)하고 연광응이모산자(煙光凝而暮山紫)라
엄참비어상로(儼驂騑於上路)하야 방풍경어숭아(訪風景於崇阿)라 임제자지장주(臨帝子之長洲)하여 득선인지구관(得仙人之舊館)이라
층만(層巒)이 용취(聳翠)하니 상출중소(上出重霄)하고 비각(飛閣)이 상단(丹)하니 하림무지(下臨無地)로다
학정부저(鶴汀鳧渚)난 궁도서지영회(窮島嶼之영廻)하고 계전난궁(桂殿蘭宮)은 즉망만지체세(列崗巒之體勢)라
피수수달(披綉綉闥)하고 부조맹(俯雕甍)하니 산원광기영시(山原曠其盈視)하고 천택우기해촉(川澤盱其駭矚)이라 여염(閭閻)이 박지(撲地)하니 종명정식지가(鐘鳴鼎食之家)요
가함(舸艦)이 미진(迷津)하니 청작황룡지축(靑雀黃龍之舳)이라 홍소우제(虹銷雨霽)하니 채철운구(彩徹雲衢)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
어주(漁舟)는 창만(唱晩)하니 향궁팽려지빈(響窮彭蠡之濱)하고 안진(雁陣)이 경한(驚寒)하니 성단형양지포(聲斷衡陽之浦)로다
요음부창(遙吟俯暢)하니 일흥(逸興)이 천비(遄飛)라 상뢰(爽籟)이 발이청풍생(發而淸風生)하고 섬가(纖歌)이 응이백운알(凝而白雲遏)이라
휴원록죽(睢園綠竹)은 기릉팽택기준(氣凌彭澤之樽)이오 업수주화(鄴水朱華)는 광조임천지필(光照臨川之筆)이라
사미구(四美具)하고 이난(二難)이 병(幷)하니 궁제면허중천(窮睇眄於中天)하고 극오유어가일(極娛遊於暇日)이라
천고지형(天高地逈)하니 각우주지무궁(覺宇宙之無窮)이요 흥진비래(興盡悲來)하니 식영허지유수(識盈虛之有數)라
망장안어일하(望長安於日下)하고 지오회어운간(知吳會於雲間)이라 지세(地勢)이 극이남명(極而南溟)이 심(深)하고 천주고이북신원(天柱高而北辰遠)이라
관산(關山)을 난월(難越)하니 수비실로지인(誰悲失路之人)고 평수상봉(萍水相逢)하니 진시타향지객(盡是他鄕之客)이라 회제혼이불견(懷帝閽而不見)하니 봉선실이하년(奉宣室以何年)가
가친께서 현령으로 계셔서 이 명승지를 지나게 되었지만 어린 내가 어떻게 알았으리 몸소 이 훌륭한 송별 잔치를 만나게 될줄을 때는 9월이요 계절은 한가을이다 고인 빗물도 다 마르고 차가운 못의 물은 맑고안개와 햇빛이 엉겨 황혼에 산은 자주색이 되었다.
좋은 길에 가지런한 말들이 위엄있게 달려 높은 언덕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니다가 왕자님이 노시던 긴 삼각주에 이르러 보니 신선이 놀던 옛 별관들을 만나게 되었구나.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는 비취빛을 띠니 높이 솟아 하늘을 찌르고 날아갈 듯한 전각은 단청을 흘리니 아래로는 땅에 닿지 않을 것 같구나.
학 언덕과 물오리 모래톱이 섬을 빙 두름을 다하였고 계수와 난을 펼쳐놓은 궁전은 언덕과 산의 형세를 빌려놓은 것 같구나.
아름다운 작은 문을 열고 조각한 용마루들을 내려다보니 산과 들은 눈에 가득함을 열고 시내와 못은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여염집들이 지상에 가득한데 종을 울리고 솥을 늘어놓고 밥을 해먹는 집도 있고 큰 배들이 나루터를 가로막으니 청직과 황룡을 그린 배끝들이 보이는구나.
무지개는 사라지고 비가 개니 햇빛이 구름 떠나니는 길을 뚫는다.
저녁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나란히 떠 있고 가을 강물은 넓은 하늘과 같은 색이로구나.
고깃배에서 저녁 무렵 노래 부르니 그 메아리 팽려의 물가까지 다 들리고 기러기떼 추위에 놀라니 그 소리 형양의 포구까지 울린다.
멀리 읊조리고 굽혀 통하게 하자 뛰어난 흥이 불쑥 날아오른다.
상쾌한 퉁소 소리 들리자 맑은 바람이 일고 고운 노래 소리 서로 엉겨 흰구름에 머무르네.
휴원의 푸른 대나무는 그 기상이 팽택 현령의 술잔을 능가하고 업수가의 붉은 연꽃은 그 빛이 임천 내사의 붓에 비친다.
네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었고 두 가지 어려운 일도 함께 풀렸으니 저 먼 하늘 눈길 닿는 곳까지 바라보며 이 한가한 날을 마음껏 즐긴다.
하늘은 높고 땅은 아득하니 이 우주가 무궁함을 깨닫고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성쇠에는 운수를 알게 된다.
태양 아래 있는 장안을 바라보기도 하고 구름 사이에 동남 땅을 짚어보기도 한다.
지세가 다하니 남해는 깊고 천주는 높으니 북극성은 멀다.
관산은 넘기 어렵다는데 그 누가 길 잃은 자를 슬퍼해 주겠는가?
부평초와 물이 서로 만난 듯하나 모두가 우연히 만난 타향의 길손들이네.
제왕의 궁문을 그리워해도 보이지 않으니 궁궐에 불려질 날이 언제일까?
오호(嗚呼)라 시운(時運)이 부제(不齊)하고 명도(命途)이 다천(多舛)하야 풍당(馮唐)이 이로(易老)하고 이광(李廣)이 난봉(難封)이라
굴가의어장사(屈賈誼於長沙)는 비무성주(非無聖主)요 찬양홍어해곡(竄梁鴻於海曲)은 기핍명시(豈乏明時)아 소뢰군자(所賴君子)난 안빈(安貧)하고 달인(達人)은 지명(知命)이라
노당익장(老當益壯)하니 영이백수지심(寧知白首之心)이며 궁차익견(窮且益堅)하니 불추청운지지(不墜靑雲之志)라 작탐천이각상(酌貪泉而覺爽)하고 처학철이유환(處涸轍以猶懽)이라
북해수사(北海雖賖)나 부요(扶搖)를 가접(可接)이오 동우(東隅)이 이서(已逝)나 상유(桑楡)이 비만(非晩)이라
맹상고결(孟嘗高潔)은 공회보국지심(空懷報國之心)이오 완적창광(阮籍猖狂)하니 기효궁도지곡(豈效窮途之哭)가
발(勃)은 삼척미명(三尺微命)이오 일개서생(一介書生)이라 무로청영(無路請纓)하니 등종군지약관(等終軍之弱冠)이요 유회투필(有懷投筆)하니 모종각지장풍(慕宗慤之長風)이라
사잠홀어백령(舍簪笏於百齡)하고 봉신혼어만리(奉晨昏於萬里)라 비사가지보수(非謝家之寶樹)나 접맹씨지방린(接孟氏之芳隣)이라
타일(他日)에 추정(趨庭)하야 도배리대(叨陪鯉對)하고 금신(今晨)에 봉메(捧袂)하니 희탁용문(喜託龍門)이라 양의(楊意)를 불봉(不逢)하니 무릉운이자석(撫凌雲而自惜)이오 종기(鍾期)를 기우(旣遇)하니 주류수이하참(奏流水而何慙)가
아아!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운명은 어긋나는 일이 많아 풍당은 이미 늙어버렸고 이광은 봉해지기 어려웠구나.
가의는 장사에서 뜻을 잃고 지냈는데이것은 현명한 왕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요,
양곡이 바닷가에 숨어 산 것이 어찌 태평한 세상이 아니어서 그랬겠는가?
내가 믿는 바로는 군자는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달인은 자신의 운명을 안다.
늙을수록 더욱 강해져야 하나니 어찌 노인의 마음을 알 것이며 가난할수록 더욱 굳건해져야 하나니 청운의 뜻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탐천의 물을 마셔도 상쾌하기만 하고 곤궁하게 살아도 오히려 기쁘기만 하리.
북해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회오리 바람을 타고 가면 이를 수 있고 젊은 시절은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노년기는 아직 이르지 않았구나.
맹상은 성품이 고결하였으나 부질없이 나라에 보답할 마음만 가졌고 완적은 미친 듯이 행동하니 어찌 길 끝나자 울던 것을 본받으리오?
나 왕발은 아주 보잘것없는 관리였고 일개 서생이라 밧줄을 청할 길 없으나 약관의 종군과 같은 사람을 기다려 보기도 하고 붓을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종각이 긴 바람을 타고자 한 일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백 살이 될 때까지 벼슬할 생각을 포기하고 만 리에 계신 부모님을 아침 저녁으로 봉양해야겠다.
사씨 집의 보배로운 나무는 아니나 맹씨와 같은 좋은 이웃을 만나고 싶다.
뒷날 정원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면서 아버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는데 오늘 아침에 소매를 받쳐들고
용문에 기탁하니 기쁘구나.
양득의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구름을 타고 넘는 작품만 어루만지면서 홀로 안타까워하다가 종자기 같은 사람은 이미 만났으니 흐르는 물 같은 노래를 연주한다고 해서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오호(嗚呼)라 승지(勝地)는 불상(不常)이요 성연(盛筵)은 난재(難再)니 난정(蘭亭)이 이의(已矣)오 재택(梓澤)이 구허(丘墟)라 임별증언(臨別贈言)하니 봉승은어위전(幸承恩於偉餞)이오 등고작부(登高作賦)하니 시소망어군공(是所望於群公)이라 감갈비승(敢竭鄙誠)하니 공소단인(恭疏短引)이라 일언균부(一言均賦)하니 사운구성(四韻俱成)이라
아아!
명승지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요,
성대한 잔치에는 다시 참석하기 어려우니 난정은 끝났고 재택은 황폐해졌다.
이별할 때가 되어 이 글을 지어 올리게 된 것은 다행히 이 성대한 송별연에 참석하는 은혜를 받았기 때문이요,
높이 올라 부를 짓는 것은 바로 여러 공들에게 바라는 바이다.
감히 비천한 정성을 기울여공손히 짧은 서문을 지었다.
똑같은 각운자로 가지런히 시를 지으니 네 개의 운자로 맞추어 완성하노라.
騰王高閣臨江渚하니
佩玉鳴란罷歌舞라
畵棟朝飛南浦雲이오
朱簾暮捲西山雨라
閒雲潭影日悠悠하니
物換星移度幾秋이
閣中帝子今何在오
檻外長江空自流라
등왕의 높은 누각은 강가에 접해 있는데
패옥과 명란 울리던 가무도 모두 끝났구나!
아름다운 누각 용마루 위에 아침에는 남포의 구름 날고
붉은 주렴 저녁에 걷어올리자 서산에 비 내리네.
한가한 구룸은 연못에 잠기고 해는 유유히 지나가는데
만물이 바뀌고 별자리 옮겨가니 몇 해가 지났는가?
누각에 있던 왕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난간 밖의 긴 강물은 덧없이 홀로 흘러가네.
[네이버 지식백과] 등왕각서 (창악집성, 2011. 07. 04., 하응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