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雪
2022. 5. 8. 10:22ㆍ漢詩를 맛보다
江雪 ㅡ 柳宗元
千山鳥飛絶
萬徑人蹤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강에 눈 내리고
온 산에 새 나는 것 끊어지고
모든 길에 사람 자취 사라졌네
외로운 배에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하는데 차가운 강에 눈 내리네.
헌종(재위 805~820) 즉위 후 왕숙문(王叔文)과 함께 한 영정(永貞) 연간의 개혁이 실패함으로써 유종원이 후난성[湖南省]의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던 시기에 씌어진 작품이다.
속세를 초월한 듯 대자연에 은거한 고기잡이 늙은이의 모습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 관조적으로 노래함으로써, 정치적 실의와 고독감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강한 정신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제1,2구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은 온 산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모든 길엔 사람 자취가 끊어졌다는 뜻으로, 눈 오는 날의 산과 들의 정적감을 그리고 있다.
'천산(千山)'과 '만경(萬徑)'은 제3,4구의 '고주(孤舟)'와 '독조(獨釣)'의 정황을 살리는 효과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제3,4구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은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가 눈 내리는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한다는 뜻으로, 노인의 모습은 제1,2구에 묘사된 대자연에 대비되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사립옹(蓑笠翁)'은 중앙정계에서 좌천된 작가의 처지를 그대로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