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
2022. 5. 4. 15:24ㆍ漢詩를 맛보다
草
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遠芳侵古道
晴翠接荒城
又送王孫去
萋萋滿別情.
더북더북 자라나는 들판위의 풀
해마다 한 번씩 시들었다 다시 난다
들불도 다 태워 없애지 못해
봄바람이 살랑 불면 또 다시 돋아난다
아득히 난 방초는 옛 길을 침범하고
햇살 받은 푸른 풀은 성곽까지 뻗었는데
또 이렇게 왕손을 전송하자니
무럭무럭 크는 풀에 석별의 정 가득하다
二首
전당호(서호)에서의 봄 나들이
고산사의 북쪽과 가정의 서쪽
호숫물은 잔잔하고 구름은 나직하다
여기저기 꾀꼬리는 따뜻한 곳을 다투고
뉘 집인지 새 제비가 진흙을 쫀다
난만한 꽃음 점점 내눈을 현혹하고
갓 나온 봄풀은 겨우 말발굽을 덮는다
무엇보다 좋은 곳은 호수의 동쪽
버드나무 녹음속의 백사제로다
이 작품은 백거이의 16세 때 지은 것으로, 원래는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습작 삼아 지은 작품인데,
이 시 덕분에 이름이 알려졌다.
길게 뻗은 저 들판의 풀은 님이 멀리 떠나는 길을 나타낸다.
풀은 무성해지고 시드는 것이 해마다 반복된다.
추워지면 쉽게 시들지만 아주 죽은 것이 아니고,
따뜻해지면 다시 살아난다.
맑은 푸르름이 황폐한 성터에 접해 있다는 것은,
지금은 시들고 불타버린 풀이지만 따스한 봄이 되면 새로이 푸르름이 돋아날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희망일뿐,
꼭 다시 만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애써 그렇게 자위해 보는 것이니,
그 쓸쓸함은 저 들판의 풀처럼 끝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님은 떠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달뜨는 밤이면 잠 못들며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밤새 부질없이 불을 밝히지 않은 날이 없었다.
풀잎에 바람 불면 문을 열어 볼 것이고,
다시 꽃이 피면 그 거리를 서성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