驪江迷懷
2023. 11. 17. 14:49ㆍ漢詩를 맛보다
驪江迷懷 / 李穡
天地無涯生有涯
浩然歸去欲何之
驪江一曲山如畫
半似丹靑半似詩
여강에서 마음이 심란하여
천지는 끝이 없고 인생은 덧없거늘
호연히 돌아갈 듯 어디로 가려 하냐
여강 한 굽이 산은 마치 그림같아
반쯤은 그림인 듯 같아서 반쯤은 시로다.
豆粥
冬至鄕風豆粥濃
盈盈翠鉢色浮空
調來崖蜜流喉吻
洗盡陰邪潤腹中
동지에는 팥죽을 되게 쑤어
푸른 사발 그득 담자 짙은 빛깔 뜨는구나
꿀을 섞어 타서 후루룩 마시면
삿된 기운 다 씻겨서 뱃속이 든든하리라
盈盈(영영) 가득 담아 넘치는 모양, 翠鉢(취발) 푸른 빛이 감도는 발우,
調來(조래) 간을 맞춰다, 喉吻(후문) 목구멍, 陰邪(음사) 음되고 삿괸 기운, 潤(윤) 적시다
小雨
細雨濛濛暗小村
餘花點點落空園
閑居剩得悠然興
有客開門去閉門
가랑비 부슬부슬 내리는 외딴 작은 마을
남은 꽃 한잎두잎 지는 쓸쓸한 뜨락
한가로운 삶 속에 은근한 흥이 더하나니
손님 오면 문 열고 손님 가면 문 닫네
濛濛(몽몽) 비가 부슬부슬 내려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 剩得(잉득) 실컷 얻었다
李穡
고려말의 문신, 학자이자 서예가.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 시호는 문정(文靖).
1389년 이성계 일파에 의해 관직에서 쫓겨나 유배되었다가 1392년 조선 개국 후 고향 한주로 돌아갔고, 1395년 韓山伯에 봉해졌으나 거부했다